김용택 시집 <그대, 거침없는 사랑> (푸른숲) 中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처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이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오늘 이 시를 추천할 수 있어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블로그를 시작하며 이 시도 꼭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이 개기월식이라는 소식을 밤늦게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시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첫 시작 문장 때문이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무척 예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았던 문장이었다.
이 말 하나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었다는 상대방의 예쁜 마음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또 그 예쁜 마음을 가볍게 넘기거나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지 않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화자의 예쁜 마음도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시 속의 주인공들도 달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달과 강변과 달빛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면서,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니 정말 멋진 사람인 것 같다. 또 그것에 감동받고 고마움을 느끼는 연인이 있다는 것도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닌가 싶다.
오늘 개기월식 소식이 기사를 통해 전해지며, 내 주변 많은 지인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과 인스타 스토리는 저마다의 시선에서 촬영한 붉은 달 사진이 가득했다.
나는 아쉽게도 달을 직접 찾아 보진 못했지만, 항상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에게서 개기월식 소식과 함께 그 시선에서 본 달 사진을 전해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가장 크게 변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는 것 같다.
나도 그 전에는 주변에 무심한 사람이었고,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일상을 공유해주고, 자신이 만난 예쁜 풍경들을 나에게 나누어주는 친구를 만나고 나서는 나도 예쁜 것들을 예쁘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담아 같이 만끽하려고 하게 된 것 같다.
또 사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고 고마움을 느끼는 것도 정말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당연한 것들은 없고, 원래라는 것도 없다. 나도 나에게 다가오는 일들 사이에서 고마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달은 하나지만 각자 바라보는 달은 저마다의 달이다.
그 순간에 내가 있는 장소에서 보는 달은 나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누구와 자신만의 달을 나누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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