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인 홍랑의 '묏버들 가려 꺾어' 라는 시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시 전문은 아래와 같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
주무시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 홍랑 -
내용
이 시는 기생 홍랑이 고죽 최경창이라는 조선 시대의 시인과 연을 맺고 헤어지게 될 때 지어 보낸 시이다.
문장 자체에서 드러나듯이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랑 시라고 할 수 있다.
묏버들은 옛 시에서 이별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홍랑이 전하는 이별의 전표이자 홍랑의 순정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이별을 아쉬워하며 떠나가는 임에게 표현하는 마지막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마저도 가려 꺾어라는 표현을 통해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모습에서 홍랑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
몸은 떨어질지언정 묏버들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내니, 2행의 '주무시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라는 표현을 통해서도 임과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또 새잎이 나는 것을 보며 자신을 떠올려 달라는 말을 던지며, 멀리 떨어져서도 자신을 떠올려주길 원하고 있음을 전달하고 있다.
내 이야기
처음 이 시를 접한 것은 중학생 때 교과서 해설집(?)을 공부하며 읽게 되었을 때이다. 당시 우리 학교의 교과서에 실린 시는 아니었지만, 문제집을 보며 알게 되었던 이 시가 굉장히 인상깊고 표현도 예쁘다고 생각이 들어 좋아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시이지만 시에 담긴 진심이 온전히 느껴진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SNS에서 감성적인 문구와 언어 유희를 사용해 지어진 시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시들을 접하면서 오히려 내가 전부터 좋아하던 이 시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졌다.
이렇게 짧은 글로 자신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가진 깊이는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있어보이는 말들로 포장된 문장이 아니라 진솔하면서도 담백한 표현들이 더 다가오는 것 같다.
내가 하는 말과 내가 쓰는 글들은 나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떤 말을 하고 글을 써내려갈지는 온전히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는 부분인 만큼 나도 내 내면의 깊이를 더 깊게 만들어 나가야겠다.
이 시를 접하는 모두들 시의 배경과 해석도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도 자신이 느끼는 대로 온전히 이 시를 받아들이고 느껴보면 좋겠다.
또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시가 있고, 온전히 암기하고 기억하고 있는 시가 있다면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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